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벌어진 국회의사당 폭력시위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는 이들이 시위를 주도했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배후에서 공공연히 시위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마저 트럼프 대통령과 확실히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7일 주한 미국 대사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미 국회의사당 습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무법과 폭동은 항상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 재임 시절) 많은 나라를 방문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신념과 대의명분에 대해 평화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권리를 항상 지지해왔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 난입 시위대를 겨냥해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임무를 맡은 이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력은 국내외에서 용인될 수 없다”며 “이 폭동에 연루된 범죄자들을 신속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 내각의 일원으로 입각하기 전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권에 오래 발을 담그며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이번에 폭력시위대에 의해 뚫리고 난장판이 된 국회의사당은 한때 폼페이오 장관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던 셈이다. 그는 “하원의원으로 일하면서 최고의 민주주의를 직접 목도했다”며 “미국은 오늘 우리가 본 것보다 낫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오늘 최악의 미국을 봤다’는 뜻으로, 이날 미 의회에서 벌어진 ‘막장 드라마’가 미국 역사상 가장 나쁜 장면이라는 것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을 든든히 뒷받침하며 ‘대선 불복’ 입장도 공유하는 듯했던 정권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는 미국 헌법상 펜스 부통령이 지난해 11·3 대선 결과를 공식 인증할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대선 결과를 인증하지 마라. 조 바이든이 이겼다는 선거 결과를 뒤집어라”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내게 그럴 권한은 없다”며 사양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