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21년간 전북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7억원이 넘는 돈을 남몰래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오면서 익명의 성금품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선행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 큰 힘이 되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7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4일 40∼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 두툼한 쇼핑백을 건넸다.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다발 1억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일상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남성은 “힘든 시기에 이웃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만 전할 뿐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공동모금회는 뒤늦게 기부 확인서란을 통해 ‘김달봉’이라는 이름을 확인했지만, 가명이었다. 김달봉은 2019년 말과 지난해 말 부안군청을 찾아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써 달라”며 1억2000만원씩 기부한 이와 같은 이름이다. 그 역시 가명이었다. 김달봉은 지난달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방역마스크 20만장을 기부하기도 했다. 공동모금회는 그를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익명 회원으로 등재했다.
같은 날 장수군 장계면사무소를 찾은 한 남성은 “이름을 밝혀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한 뒤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며칠 전에도 익명의 독지가가 성금 500만원을 보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완주 용진읍사무소 입구에는 누군가 10㎏들이 쌀 60포대를 쌓아놓고 갔다. “우리 사회의 손이 덜 미치는 구석구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한 장의 편지도 놓였다. 이곳에는 2008년부터 연말만 되면 어김없이 이런 쌀가마니가 쌓였는데, 13년간 총 390포대(7.8t)나 된다.
익명의 기부 행렬은 나비효과처럼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군산 구암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은 “액수는 적지만 정성으로 채웠다”며 동전 17만8690원이 든 빨간 돼지저금통을 놓고 갔다. 인근 삼학동주민센터에도 현금 100만원, 15만원, 10만원이 담긴 봉투가 답지했다. 김제 진봉면행정복지센터와 익산시 함라면에는 익명의 기부자들이 10㎏들이 쌀 120포대, 20포대를 각각 실어다놨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