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거리두기’?… 펜스, 바이든 취임식 참석키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 미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인준에 협력한 데 이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모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측근 인사들로부터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하라는 강력한 권고를 받았고, 바이든 당선인 측이 초청하면 취임식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 CNN 등 미국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2인자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 의회 인준 과정에서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함에 따라 펜스 부통령이 오히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측의 초청이 있으면 취임식에 가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펜스 부통령의 데빈 오말리 부대변인은 “초청장을 받지 못하면 참석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통합 정치를 표방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으로 궁지에 몰리자 평화적인 정부 이양 입장을 밝히며 그동안의 대선 불복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 측근들에게 취임식 참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 전날인 19일에 플로리다 주에 있는 자신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는 방안을 측근들과 논의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 백악관을 떠나려는 이유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1월 20일 정오에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백악관을 떠나면 바이든 당선인의 허가를 받아야 대통령 전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7일(현지시간) 선거인단 투표를 처리하기 위해 재소집된 양원 합동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최종 인증하자 기도를 올리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하는 데는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 등 미언론이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일각에서는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의 책임을 물어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도록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되면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이 조항을 발동하려면 부통령과 각료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