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여아가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PD가 사망 전날 어린이집 CCTV에서 확인된 정인양의 특정 행동을 보고 힘들어한 담당작가의 반응을 전했다.
정인이편 방송을 담당한 이동원 PD는 8일 유튜브 ‘그알 비하인드’에서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PD는 “지난해 9월23일 3차 신고 이후 명절연휴 등 여러 이유로 어린이집에 자주 나오지 않았던 정인이가 사망 전날 갑자기 등원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정인이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양부모가 자택 방문을 거부해서 어린이집에서 보기로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등원시킨 게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작가가 정인양 사망 전날 어린이집 CCTV에서 발견된 정인양의 특정 행동을 언급했다. 이 PD는 “담당작가가 (정인양 사망 전날) CCTV 영상을 천천히 다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봤다”며 “방송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파서) 힘이 없는 아이가 자꾸 옷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모습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인이가 그날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면서 “꼭 처음 입어보는 것처럼, 어색한 옷인 것처럼 자꾸 끝자락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사망 전날 굉장히 건강 상태가 안 좋고 아마 장기에서 출혈이 있었을 텐데, 그나마 그날 좀 예쁜 옷을 입은 것마저도 어색해하던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PD는 제보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전해들은 양모의 의아한 행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PD는 “양모가 정인이와 한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자, 양모가 ‘네,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 입양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당황한 사장님이) ‘네 축하드려요’, ‘훌륭하시네요’라는 말밖에 반응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슷한 에피소드를 3~4번 더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정인양 사망 당일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오는 상황에서 어묵 공동구매 글을 올리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양모의 행동도 짚었다. 이 PD는 “양모가 2020년 10월13일 낮 12시29분에 어묵을 공구하겠다고 올린 댓글이 있는데 이 시간은 정인이가 응급실에 간 다음”이라며 “심지어 응급실 도착 당시 정인이에게 심정지가 왔는데 거기서 어묵을 사겠다는 댓글을 단 것”이라고 했다.
정인양 사망 다음 날 양모로부터 공동구매한 어묵을 건네받은 지인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PD는 “그 지인은 당시 정인이 사망을 몰랐다가 며칠 후 뉴스로 알았다. 그분은 정인이가 생사를 오갈 때 산 어묵을 줬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서 (어묵을) 버렸고 펑펑 울었다더라”면서 “이분은 양모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도 죄책감을 느껴 인터뷰에 응하고 확인 여러 정보에 대해 협조했다. 그 외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 하시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PD는 “정인이와 같은 아이가 또 나타나지 않게끔 저희(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이 사건을 끝까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다”며 “언제든지 또 취재해야 할 상황이 생기거나 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후속보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