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패배' 승복했지만 점차 드러나는 의회 폭동의 참혹상

CNN “트럼프·줄리아니, 의회 폭동에 피신한 의원에 전화해 ‘대선 뒤집자’”...경찰 방패 탈취해 공격하는 시위대 영상 등 공개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65일만에 패배를 승복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워싱턴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의 참혹상 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을 참혹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공개되고, 의회 인근에서 다량의 폭탄과 총기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폭도들 난입으로 의원들이 피신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어달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트럼프, 사태 당일 대피한 의원에 전화해 ‘선거 뒤집자’”...‘시위 선동’ 의혹 조사

 

9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지난 6일 오후 2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에게 전화해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추가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마이크 리 상원의원에게 전화했는데, 리 의원이 튜버빌 의원에게 전화기를 건네는 과정에 통화 사실과 내용이 공개됐다고 CNN은 설명했다. 당시 상원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시위대를 피해 다른 회의실로 대피한 상태였다고 한다. 10분간 이어진 통화는 의원들이 안전한 장소로 또다시 이동하면서 끝이 났다.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가 일단락되고 상·하원의 인증절차 재개가 결정된 오후 7시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리 의원에게 전화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줄라이니 전 시장도 튜버빌 의원의 번호를 잘못 알고 리 의원에게 전화했다고 리 의원 측은 CNN에 확인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음성 메시지에서 “튜버빌 의원이시죠?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오늘 오후 8시에 의회 회의가 다시 소집 예정일 텐데 되도록 내일까지 이를 연기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튜버빌 의원은 이런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줄리아니 전 시장이 전화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지지자들에게 내전, 반란 등 폭력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과격 시위를 선동한 정황이 속속 확인돼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88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번 가짜 선거를 더는 견딜 수 없다. 공화당은 움직여야 한다”고 적었고, 이어 “1월 6일 워싱턴에 큰 시위가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와라. 거칠 게 갈 것이다”라는 등의 트윗을 올렸다.

 

◆문에 낀 경찰 “살려달라”...의회 인근서 폭탄·소총 등 발견, 의원들 전자기기 분실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의 영상도 여럿 공개됐는데, 당시 경찰이 시위대에 밀려 출입문 사이에 낀 채 얼굴에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영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해당 영상에는 의사당 서편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대열을 짜고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진압봉과 방패로 무장했지만 숫자에 밀려 역부족이었고,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시위대는 기합 소리에 맞춰 경찰 저지선을 압박하며 밀고 들어갔다. 그때 금속 재질의 현관에 낀 경찰관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시위대가 방독면을 강제로 벗기자 입 주변을 중심으로 피가 보였다. 이 경찰관은 출입문에 몸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려달라”는 외마디 비명만 질렀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 방패를 빼앗아 폭력을 가했고,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을 향해 ‘반역자를 체포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진압 경찰이 소화기에 머리를 맞아 숨지고 시위대 4명도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사상 초유의 시위대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하원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이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시위대 난입사태 당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 등이 노트북과 아이패드 등을 분실됐다면서 향후 사이버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연방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원을 살해하거나 인질로 잡으려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연방 검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수제폭탄 11개와 돌격 소총, 권총 각각 한정씩 보관된 픽업트럭이 의사당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주차된 것을 폭발물 처리반이 발견해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 트럭은 앨라배마에서 온 로니 코프먼이 가져온 것으로 당국이 이를 발견하기까지 수 시간 동안 주차돼 있었다. 의회 난입 사태 당시 지인들에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쏘겠다고 말한 뒤 돌격 소총 1정과 수백 발의 총알을 가지고 워싱턴DC로 왔다가 붙잡힌 남성도 있다. 아울러 하원의장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에 발을 올렸던 남성은 출입제한 구역 무단침입과 공공기물 절도 등 3개 혐의로 체포됐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