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는 ‘경제’란 단어가 29번,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16번, ‘회복’은 15번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17번)된 키워드인 ’경제’를 두 배 가까이 사용하면서 올해 국정운영의 방점을 경제분야에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두고 “동문서답”이라거나 “좋은 말 대잔치”라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사 전문을 살펴보면 ‘경제’와 ‘코로나’, ‘회복’에 이어 ‘위기’(11번)와 ‘뉴딜’(11번)이 자주 나왔다. 가장 많이 쓰인 키워드 5개가 모두 경제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예년에 비중이 높았던 키워드들인 ‘공정’이나 ‘평화’ 같은 단어는 상대적으로 언급 횟수가 적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각각 14번, 7번 등장한 ‘공정’과 ‘평화’는 올해 5번, 6번 언급되는 데 그쳤다. ‘비핵화’라는 단어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신년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가 자화자찬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도약’은 현 시국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튼튼하지 않은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같은 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 것을 겨냥,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문서답이었다”면서 “세상과 민심, 정세변화에 눈 감고 귀 닫은 신년회견이었다”고 꼬집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날 신년사에서 언급된 ‘백신 자주권’과 ‘한국판 뉴딜’, 일자리 대책, 대북정책 등을 조목 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희망, 회복, 포용, 도약 좋은 말 대잔치 신년사’란 제목의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는 기교가 넘치고 내용은 현란하나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 일색이며 이는 비단 한, 두 사람의 의견이 아닐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뿐인 위로보다 모든 국민을 향한 포용력, 국가를 바로 세울 리더십, 지혜로운 국가 행정력을 원한다”고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