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파전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쟁 구도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맞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당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한 우 의원은 12일 이번 선거 최대 현안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박 장관은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자들은 수십억원씩 시세차익을 누리고, 집 없는 서민들은 살고 싶어도 살기 어려운 서울이 되고 있다. 비정상이다. 바꿔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을 공개했다.
우 의원은 △공공주택 16만호 공급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도시재생 2.0 추진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선 “투기수요 근절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특히 오래되고 낙후된 강북지역 아파트 재건축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 가장 큰 관심 분야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후보 간 차별화일 것”이라며 13일 2차 부동산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야권에 비해 여권이 후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저 혼자 이 국면을 온몸으로 지고 가고 있다. 상대방이 확정되지 않은 게임이 답답한 건 사실”이라며 박 장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우 의원은 이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다. 우 의원은 회동 뒤 페이스북에 “각 당의 최종 후보가 될 경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김 의원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인 ‘아내의 맛’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바쁜 박 장관을 위해 남편 이원조 국제변호사가 내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소탈하고 친근한 면모를 부각하며 표심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출마 선언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중기부 등 3∼4개 부처에 대한 중폭 규모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각이 발표되면 박 장관도 더는 출마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2월 설 이전에 치러지는 당내 서울시장 경선 일정을 고려할 때 민주당도 오는 15일까지 박 장관의 입후보를 희망하고 있다. 박 장관이 출사표를 던지면 민주당은 양자 대결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당초 유력 후보군이었던 박주민 의원은 불출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