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내란선동 혐의’ 적용 트럼프 탄핵소추 본격 착수

13일 표결 예고… 긴장감 고조
“시위대가 의회 의사당 난입 직전
연설 통해 폭력시위 부추겨” 적시
트럼프, 재임 중 두 번 발의 오명
美언론 “트럼프 재선 봉쇄 노린 것
상원 통과는 쉽지 않을 것” 분석
극우단체선 주말 무장시위 계획
바이든 취임식장 주변 경비 강화
미국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이 11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발의됐다. 가결 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이나 하원 탄핵소추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는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 취임을 전후해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미 전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하 양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기 위한 절차에 먼저 돌입하라”고 촉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부통령이 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미 언론은 12일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결의안이 먼저 처리되고, 13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발의한 4쪽짜리 탄핵소추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선동 혐의가 적시됐다. 지난 6일 시위대의 워싱턴 의회 의사당 난입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엘립스공원 연설에서 군중을 향해 ‘우리가 대선을 이겼다’는 허위 주장을 거듭하며 폭력시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란 연설 내용도 탄핵소추 근거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므로 향후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언론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봉쇄까지 겨냥하고 있다”면서도 “탄핵안 상원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원 탄핵소추는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지만 상원 탄핵심판은 재적의원(100명)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에 50석을 갖고 있다. 다만 공화당 일부 의원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고 나선 점은 변수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자신의 혐의를 사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연방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선동 등 혐의를 수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CNN방송은 “‘셀프 사면’은 연방 범죄에 국한된다”며 “현재 뉴욕주 검찰이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기업에 대한 수사 등 주법률상 범죄 수사로부터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11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직원들이 건물 외벽에 대형 성조기를 내거는 등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다가오며 워싱턴은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국방부 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주의 극우세력이 저격수를 동원해 취임식에 참석하는 요인을 암살하거나 항공기를 동원한 자살 공격 또는 원격조종 드론을 이용한 공격 등을 시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미 정부 관리들이 동시다발 총격 사태 가능성을 걱정한다”고도 했다.

연방수사국(FBI)은 극우단체나 백인 우월주의 단체 등이 주말인 16일부터 취임식 당일인 20일까지 50개주 주도 전부에서, 특히 17∼20일은 수도 워싱턴에서 각각 무장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안보부는 연방군 진압 병력과 주방위군을 13일부터 워싱턴에 배치한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의사당 광장 주변 등에 1만5000명을 배치, 의사당 난입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