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를 받아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숨진 ‘정인이 사건’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정인이 양부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지난 4일 “방송을 통해 지켜 본 시청자들조차 아이가 학대받고 있었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겠는데, 아버지가 되는 사람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말 몰랐다고 해도 ‘아동학대치사죄’에 해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부인(정인양 양모)이 ‘형식적으로 병원에 데려가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면 아동학대치사죄도, 살인방조죄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양부가 없는 사이에 부인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면 이렇게 속 시원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제발 똑바로 수사하고 검찰은 혐의 적용 좀 똑바로 해 달라”며 “판사들도(법원도) 제대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정인양 양부 안모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앞서 안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정인이를 학대해 죽게 했다는 세간의 오해이며 아내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성 직후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씨의 첫 공판을 연다. 안씨의 첫 공판기일도 함께 진행된다.
안씨는 이날 오전 업무시간 시작보다 먼저 법원에 도착해 오전 10시18분쯤 재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들어섰다. 안씨는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안씨는 취재진과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피해 일찍 법원에 온 것으로 보인다. 법원 측은 “변호인의 신변보호조치 요청이 있었고, 법원은 법원 내로 들어오면 오전 10시부터 신변보호 조치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10시 전에 법원에 출입할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10시부터 신변보호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와 안씨의 재판은 이날 오전 법원청사 내 마련된 중계법정 두 곳에서 생중계된다. 정인이 사건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51명을 뽑는 재판 방청권 추첨에는 813명이 응모해 15.9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장씨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 여부다. 검찰은 살인죄를 주위적 청구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청구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정인양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자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사인 재감정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자문을 의뢰했고, 지난 11일 전달받은 답변을 토대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