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되레 제도 시행 이전보다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심사기준 개선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의 분양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섭게 오른 집값이 상한제 무력화
◆무주택자 ‘반발’, 정비업계는 ‘반색’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높은 분양가가 유지되면서 청약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정책이 꼬이면서 ‘현금 부자’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란 취지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민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높은 분양가로 인해 당첨돼도 중도금 마련부터 쉽지 않아졌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금지된다. 또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물량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모두 일반 공급으로 분양해야 한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금수저들에게만 ‘로또 청약’이 돌아가게 됐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너져 가는 무주택자, 분양가 상한제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건축 조합 등 정비업계는 높아진 분양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분양가가 올라간 만큼 조합원들이 내야 할 사업비 부담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 문제로 일정을 잡지 못했던 강남권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도 조만간 분양가 책정을 받기로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규제가 까다로우면,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렵고 분담금 때문에 조합원 이외의 일반 물량을 늘릴 여력도 없어져서 신규 주택공급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정부가 무작정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부터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만큼 분양가도 따라 오르게 된 것”이라며 “청약이 당첨되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지만, 높은 분양가 탓에 서민들은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