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견제론이 커지면서 진영 간 상호 비방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화 논의가 전체 야권 지지층의 바람과 반대로 가려 하고 있다”며 “심지어 저와 정치를 함께 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비판을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단일후보 결정은 이 정권에 분노하는 서울 시민들께서 하시면 된다”며 국민의힘 입당을 재차 거부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3일 출마 선언에서 안 대표를 향해 “현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비판하는 등 야권 내 견제가 심해지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서울시민의 핵심 관심사인 부동산 관련 행보를 통해 경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5년간 주택 74만6000호를 공급하고 중앙정부가 올린 만큼 지방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나 전 의원도 이날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서울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를 둘러보며 재건출 규제를 확 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근거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질문에 “별로 얘기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 논의는 3월 초에나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쟁하는) 것밖에 없다”며 “결심하면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그 이후엔 얘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국민의당 대변인이었던 장진영 변호사가 지난 11일 안 대표를 비판하며 쓴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양측 관계자들의 공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야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지난 총선에서 본인이 왜 떨어졌는지 반성부터 해야 나아갈 길이 보일 텐데 출마 회견을 (안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며 안 대표 견제론도 당내에서 커지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15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에서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4.7%로 더불어민주당(24.6%)과의 격차가 두 자릿수에 달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