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美 하원, 트럼프 두번째 탄핵안 가결

공화당 10명도 찬성표 던져
‘내란 선동’ 혐의 책임 물어
바이든 취임 이후 결론 전망
‘탄핵 드레스’ 입은 펠로시 13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워싱턴 의회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두 번 탄핵된 첫 대통령이 됐다. 미 하원이 13일(현지시간) 최소 5명의 사망자를 낸 의회 난입사태를 선동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인 상원 표결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이뤄질 전망이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222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은 의원 211명 중 10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4명은 기권하는 등 ‘반란표’가 속출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건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차례 탄핵을 모두 주도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늘 하원은 초당적 방식으로 누구도, 미국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나는 슬프고 비통한 마음으로 (탄핵소추안에) 서명한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을 넘겨받는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대표하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 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 (상원이) 결론 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 차례 상원의 탄핵심리가 진행됐는데 각각 83일, 37일, 21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상원 절차가 이번 주 시작돼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최종 평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할 때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은 탄핵소추안에서 지난 6일 벌어진 의회 유혈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직전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선동해 자극받은 지지자들이 의회에 불법 침입하고 의회 경찰 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영상 메시지에서 의사당 폭력사태를 다시 한번 비난하며 사건 연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하원 탄핵소추안 표결 장면을 TV로 지켜봤다고 전했지만, 영상 메시지에서 탄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