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들불처럼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긴급사태선언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감염이 확대되면서 수천명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 대기하는 의료시스템 붕괴 조짐이 나타나는 등 경고음이 울린다. 위기가 계속되면서 스가 정권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회의론, 경제회복 불투명, 정권지지율 하락의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했다.
◆사태 장기화로 주민 긴장감 둔화
검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규 감염자는 급증해 의료시스템 전반의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감염 확인 후에도 병상 부족으로 자택에서 대기하는 병상핍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일 기준 지난 1주일 도쿄에서만 자택대기 감염자가 3000명을 넘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5일 기준 745명에서 4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상황은 악화하고 있으나 사태 장기화로 주민의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긴급사태 발령 후 첫 번째 토요일이었던 4월11일 도쿄의 긴자, 시부야, 신주쿠의 행인이 70% 폭감했으나 이번에는 첫 번째 토요일인 지난 9일 30% 감소에 그쳤다. 당국은 결국 외출자제 요청을 오후 8시 이후에서 주간으로 앞당겼다.
◆올림픽·경제회복·총선 전망 불투명
스가 정권이 명운을 걸고 있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경제회복, 총선 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도쿄 대회 연기 직전 상황과 현시점을 비교하면 일본의 실태는 훨씬 우려된다. 최근 3주 하루 평균 감염자(4758.5명)는 대회 연기 직전 3주 평균(43.8명)의 100배를 넘는다. 스가 총리가 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유지하려던 한국 등 11개국·지역과의 비즈니스 트랙(기업 관계자 특례입국 및 자가격리 면제)·레지던스 트랙(재류자격자 특례 재입국)은 물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련 국제 대회나 합숙 훈련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와 스태프의 입국을 중단한 것도 부정적 전망을 키우고 있다. 1978년부터 재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고참 딕 파운드(79) 위원(캐나다)은 긴급사태 발령 후 이번 대회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지난해 3월24일 일본 정부와 IOC의 대회 연기 합의에 훨씬 앞서 2월부터 1년 연기를 전망했다.
일본 내 회의론도 확산 중이다. 교도통신 전화여론조사(9∼10일)에 따르면 일본 국민 5명 중 4명은 대회를 취소(35.5%)하거나 재연기(44.8%)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긴급사태 발령으로 지난해 여름 이후 회복 기조이었던 경기도 다시 하강국면이 우려된다. 긴급사태는 외출 자제, 음식점 영업 단축, 이벤트 축소가 핵심내용이어서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 다이와총연(總硏)은 긴급사태로 한 달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9000억엔(약 9조9000억원) 감소를 추산했다. 1분기(1∼3월) GDP 성장률에 대해 다이와총연은 연율 기준 마이너스 0.3%를,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은 더 심각한 마이너스 2.5%를 전망했다.
스가 총리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측근 의원 비위에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겹쳐지면서 지난달 12일 마이니치신문을 시작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부(不)지지율에 역전당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속출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10월 중의원(하원) 임기만료 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야 한다. 감염 사태가 악화해 민심이반이 가속하면 자민당 내에서 간판 교체론이 본격화할 수도 있어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