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위기의 서울엔 노련한 시장 필요”… 서울시장 선거 출마 공식 선언

‘조건부 출마’·‘서울시장 중도 사퇴’에 대해선 사과
文정부 부동산 정책 언급하며 강력 비판
국민의힘, 18일부터 경선 후보 등록 절차 돌입

오세훈(사진) 전 서울시장이 오는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당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그는 안 대표와의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출마를 결정했다.

 

오 전 시장은 17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목표로 저의 충정과 정책과 비전을 알리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2022년 정권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와의 사전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앞서 내놓은 조건부 출마 선언에 대한 사과의 뜻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조건부 출마 선언을 언급하며 “유감스럽게도 이제 사전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었고 야권 분열의 가능성을 사전에 100%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라 판단된 제안이었지만, 그에 앞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의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 중도 사퇴를 했던 점에 대한 사죄의 뜻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10년 전 서울시장직 중도 사퇴로 서울시민 여러분과 우리 당에 큰 빚을 진 사람이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 오랜 시간 자책감에 개인적 고뇌도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여러분이 선택해 주셔서 마흔다섯 젊은 나이에 최연소 민선시장이 되어 5년 동안 수도 서울의 행정을 이끌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미숙한 선택도 있었고, 미처 다하지 못한 과제들도 남아있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날 오 전 시장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거론하며 출마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순 자산 격차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100배에서 2020년 167배로 더 벌어져 빈부 격차와 양극화의 골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면서 “이런 판국에 누가 땀 흘려 일하면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인들 가질 수 있겠나”라고 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죄는 그들이 그렇게 앞세웠던 서민과 취약계층, 청년들의 삶을 벼랑 끝까지 내몰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이라며 “이 준비되지 않은 무지 무능한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실패가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의 실패, 국민 모두의 실패가 되게 할 순 없다. 이것이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절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서울시장직 수행 경험을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위기의 서울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선 다음 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노련한 시장이 필요하다”면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더더욱 이번 서울시장에겐 당장 선거 다음 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중요한 것”이라며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과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현명하신 국민과 서울시민 여러분이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날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군에 공식 합류하면서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주자는 두 자릿수로 늘었다. 앞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을 시작으로 이혜훈·김선동·이종구·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나경원 전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국민의힘은 18일부터 경선 후보 등록절차에 들어간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