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운송서비스까지… 모빌리티 재정의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CES 2021에서 가장 눈길을 끈 회사는 제너럴모터스(GM)다. 57년 만에 회사 로고를 바꾸며 과거 자동차 제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전기차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GM’ 새 로고의 M을 전기 플러그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3차원(3D)으로 지프 브랜드의 그랜드 왜고니어 콘셉트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자동차를 구매하고 살펴보는 과정도 앞으로 비대면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CES 2021은 현대차그룹과 일본 도요타, 혼다 등 주요 기업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로 인해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까지 불렸던 CES에서 자동차 분야의 혁신 기술 소개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운전자’에서 ‘개별 승객’의 경험으로 초점 옮겨
미래 자동차는 개별 탑승객이 즐기는 콘텐츠와 이를 보조하는 시스템의 진화가 두드러졌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승객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경험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를 선보였다. 벤츠는 대형 전기세단 ‘EQS’에 탑재될 MBUX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했다. 이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폭 141㎝ 디스플레이를 통해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조수석을 위한 별도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하드웨어 외에도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을 도입했다. 주행 중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학습해 메뉴 구성을 변경하고, 일부 기능은 먼저 추천하는 등의 기능이 구현됐다.
BMW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 ‘아이드라이브’를 공개했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해 수준 높은 자동 주행과 주차 기능을 지원한다고 BMW는 설명했다. BMW 차량은 다른 BMW 차량으로부터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받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목적지 주변의 주차 공간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출시될 전기차 iX도 공개했다.
일본의 가전업체 소니는 자율주행차 ‘비전S’를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을 재확인했다. 비전S는 고급 센싱 기술을 활용해 주변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차량이다. 뒷좌석에서 승객이 자고 있으면 이를 감지해 주변 온도나 음악 등을 조절하는 식이다.
캐딜락의 콘셉트카 ‘셀리스틱’은 지붕의 투명도를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를 탑재했다. 특히 전체를 4분할해 영역별로 투명도를 설정하고, 운전석과 조수석, 뒷자리에 사생활 보호 기능을 적용한 개별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각 탑승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차량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기술 업체들도 신기술 개발 박차
완성차 업체 외에도 첨단 기술 기반의 업체들이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인텔의 자회사인 이스라엘 자율주행기술업체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용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더) 통합칩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인 하만인터내셔널은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차량 편의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 기기로 구성한 디지털 콕핏을 소개했다. 국내 부품업체인 만도는 자동차의 섀시와 운전대를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시스템’(SbW) 등을 선보였다. 특히 운전대를 필요할 때 서랍처럼 꺼내쓰는 설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은 범위, 속도, 방위각, 사물의 고도와 위치를 계산해 정밀 지도를 생성하는 첨단 레이다 센서 540을 공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의 미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CES였다”며 “올해 주요 완성차 업체가 내놓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향후 자동차 시장의 승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