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모(28)씨는 지난달 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실업자 신세가 됐다. ‘자영업자(특수형태근로자)’ 신분인 탓에 그동안 주6일, 주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해오던 터라 이번 업무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회원들이나 지인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공부에 뛰어드는 모습을 자주 봐왔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동료 트레이너들과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보기도 했지만 이미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에 아직 수익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헬스장 운영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언제 다시 닫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착잡하기만 하다.
김씨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수익이 없이 근로소득에 의존하던 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반면, 주식 및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는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를 키우는 ‘K자 양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한국 경제 전체의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는 79.3포인트였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1월을 기준으로 79.3%가 극복 또는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월 소매판매액지수와 수출출하지수, 취업자 수, 산업생산지수 등 자료를 100포인트(기준값)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시점(지난해 5월)을 ‘0’으로 각각 잡은 뒤 100포인트로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다시 계산해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를 도출했다.
연구원이 소비(내수), 수출, 고용, 산업생산 등 4개 부문 위기극복지수를 계산한 결과 수출 부문은 163.7포인트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아졌다. 반면, 소비 부문은 74.1포인트였다. 특히 고용 부문은 25.5포인트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에도 주택가격과 주가가 치솟으면서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 간 자산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0.8%가 올랐다. 상승률만 놓고 보자면 증시가 우세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은 ‘판돈’이 큰 부동산이 훨씬 크다. 취약계층은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자산 규모가 클수록 넘치는 유동성의 혜택을 더 많이 보며 큰 수익을 챙긴 셈이다.
김준영·남혜정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