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언제 어떻게…대권 주자들도 의견 엇갈려

이낙연 “코로나 진정국면 돼야 전국민에 지급”
정세균 “지급 효과 등 평가 후에 줘야” 신중론
이재명 ‘지역화폐 지급’ 고수… 대립각
전문가 “대선 앞둔 정책 선명성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타개책으로 거론되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여권 내 대선후보 간 경쟁이 본격화했다. 여권 잠룡들이 대선 1년여를 앞두고 위기관리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자칫 당내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시점 등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해법은 각각 다르다.



이 대표는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월 말에도 방역상황이 안 좋으면 재난지원금 지급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더 오랜 기간 백신 접종을 하면서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경기 부양 용도의 지원금은 방역상황이 정리돼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가장 실효성 있는 지급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평가하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정 총리는 “재난지원금이 우리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분석되어야 이를 바탕으로 추가지원과 관련해서 국민께 설득력 있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전문가가 제시하는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근거가 향후 4차 재난지원금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도 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4차 지원금 논의가 논란이 되자 신중론을 꺼내 든 것이다.

특히 정 총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보편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를 겨냥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총리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당정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을 펴고 홍보함으로써 대선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방역에 우선해야 한다는 당내 우려가 나오자 이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편 지원을 하면 (국민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을 앞둔 정책 선명성 경쟁”이라고 해석했다. 박 평론가는 “각자가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지만, 여권 내 분열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당·정·청을 아울러야 하는 집권당 대표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 대표의 관련 언급에 이 지사가 반대하면서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으로 선명성을 강조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다만 박 평론가는 현재 상황만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내에선 “당과 정부가 보조를 맞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주장과 “자기 생각을 말하는 타이밍은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