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판결로 한일 갈등 우려…강창일 "대응 과정에서 지난날의 오류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

"한일 양국은 강제동원 문제로 적잖은 갈등 겪는 과정에서 역사 문제가 경제 문제와 뒤엉키면 한일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교훈 얻었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는 17일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한일 갈등 고조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대응 과정에서 지난날의 오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양국은 강제동원 문제로 적잖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역사 문제가 경제 문제와 뒤엉키면 한일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사는 일본 내에서 위안부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ICJ 제소 말고도 한일 협정문에 문제가 있으면 제3국에 중재를 맡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만일 (한국이) 응하게 되면 여기(제3국 중재)에 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3국의 중재를 통한 과거사 분쟁 해결은 정부가 이미 한 차례 거부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은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인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는데, 당시 한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대사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법에 대해 "서로 명분과 원칙을 지켜가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파악한 것만 12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12가지 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혜를 모아서 진지하게 논의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법은 법이고,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사는 오는 22일 부임하며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강 대사는 "한일관계 정상화와 양국 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애써달라는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고 일본의 동경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필요하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스가 총리도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씀도 있었다"며 "아주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계시다"고 말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총리에게 신임장을 제정할 때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요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가운데 있어야 하는데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는 일본 편을 많이 들었다"며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는 미국의 강한 의도에 따라 졸속으로 이뤄진 것인데 우리는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든이) 일본에 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삼각공조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운데에서 한일 간 화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지금은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역사갈등으로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경제안보에서 협력하며 잘 극복해왔는데 지금은 역사갈등에서 경제안보 분야까지 전선이 확대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저에게 이 엄중한 때에 양국관계의 정상화와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맡겼다. 중압감을 느낄 정도로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