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프로세스' 급했나…文 “한·미연합훈련, 北과 협의할 수 있다” 발언 논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
국방부 “文 대통령 발언 왜곡 우려 고려, 입장 자료 낼 것”
문재인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 재개될 관련해 “필요하면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듣기에 따라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져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하게끔 그렇게 합의가 돼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이고,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군 내부는 술렁였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발언이 최근 8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북한을 향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이라거나, 한·미동맹 자체를 북한과 상의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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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8월 17일 미국의 폭격기 B-1B가 주일 미 공군 F-15C, 미 해군 F/A-18 슈퍼호넷, 미 해병대 F-35B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근해를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작성된 9·19 군사합의서에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추진키로 했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상정 안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이 거론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1조에는 남북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모든 적대행위 중지를 선언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우리의 안보상황이나 군사 주권에 대해 터럭 만큼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무력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흡수하겠다고 선언한 집단에게 우리 안보의 핵심인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논의 한다니요. 참으로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에는 남북군사당국 간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우리 군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 군사회담을 통해 협의해 나갈 수 있다”며 문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초에 계획된 한·미연합훈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 연기된 뒤 결국 취소됐다. 같은 해 8월18~22일까지 시행된 후반기 연합훈련도 훈련을 목전에 두고 참가인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미국 본토 증원 병력 및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주일미군 소속 병력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면서 대폭 축소됐다.

 

국방부는 오는 3월 초에 9일 가량의 일정으로 전반기 연합훈련을 시행해 작년 하반기 못다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연습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상황으로 훈련 일정과 규모는 유동적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