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文 지지층 눈치보기” 친박 “前 대통령 희생물 삼는 정치쇼”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두 전직 대통령 측근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사면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지만 ‘엿장수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사면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사면을 찬성하는 사람이 국민의 단 10%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통합을 위해선 사면을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대통령이) 사면을 찬성하는 국민들과 통합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사면을 반대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뜻을 맞춰서 안 한다고 하는 건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이렇게 가벼운 가십거리로 전락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문 대통령은 사면에 반대하며) ‘국민 공감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통합과 국가 품격은 뭉개버린 채 진영논리에 따라 ‘문빠’와 지지층의 눈치를 본 것일 뿐이다. 결코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이정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은 통화에서 “사면을 포함해 국정 전반의 내용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단계의 실망스러움뿐”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일 한 언론을 통해서도 “이낙연 대표와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필요할 때 넣었다 뺐다 하는 지갑 속 카드로 보나.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대통령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뿐 아니라 통합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런데도 전직 대통령은 사면을 ‘국민 공감대’에 미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면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문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당 지도부도 일치된 생각이고, (이낙연) 대표께서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오늘 기자회견으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의지를 철회했는지 묻는 질문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재차 답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