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평생학습관 2층에 위치한 장난감 수리센터. 이곳은 장난감 무료 수리를 통해 아름다운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공간이다. 교사·경찰 등 공무원을 비롯해 항공 및 방송 분야 등 과거 다른 직업군에서 일했던 60∼70대 10명이 의기투합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18일 최병남(72)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친구 이상으로 소중한 장난감이 고장나면 상실감이 무엇보다 크다”며 “수리한 장난감을 받는 아이들의 환한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우연찮게 장난감 수리를 하게 됐다. 2011년 항공 관련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즈음 지인이 장난감 수리로 재능기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아이들의 행복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이 나이에 뭘 또 하느냐”고 웃어넘겼지만 내심 호기심도 생겼다. 기계를 분해·조립하는 절차에 익숙했고 평소 쉽게 버려지는 물품들을 볼 때 환경 문제나 재활용에도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남동구 소래포구 내 16㎡ 면적의 공간에 터전을 마련했다. 이 역시 대학 후배가 무상 제공한 것이었으며 사비로 서비스를 이어갔다. 그렇게 동창, 동료 등 의견이 맞는 사람들이 한둘씩 모여 지역사회에서 인지도를 쌓았고, 2년 전인 2019년 2월 관할 남동구의 지원을 받아 보건소 2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센터는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는 등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7월 이용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90% 만족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해 9월 평생학습관 증축동 2층으로 확장(51㎡) 이전하는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무인수거함 설치, 비대면 수리 접수 등 이용객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했다.
센터는 2019년 한해(2∼12월) 수리율 95%(4380건)에 이어 지난해 97%(2019건) 수준으로 사실상 접수된 건 모두를 고쳐냈다. 센터가 운영 중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의 손 인정합니다’, ‘장난감을 살려주셨어요’ 등 감사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장난감 수리 교본을 제작해 체계적인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는 최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소소하지만 기쁨을 주고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지내도록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더욱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