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김정은 답방 기대… 한·미훈련, 北과 협의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계승땐
北美·南北대화 더 속도감 날 것”
“강제동원 배상 강제집행 방식
韓·日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그 대화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성과를 계승, 발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그의 답방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다”며 “싱가포르 선언으로부터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감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가능하면 한·미 정상 간 교류를 보다 조기에 성사시켜 정상 간 신뢰 구축은 물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선언은 그 역사적 의미에도 구체적 행동계획이 포함되지 않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핵활동을 동결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성과를 이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바이든 당선인 입장과도 차이가 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포괄적인 의미로라면 (바이든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싱가포르 선언의 순서에 따라 북한이 선(先)보상·후(後)비핵화를 고집한다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해 “결국 비핵화와 평화 구축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성공한다면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한을 겨냥한 전력 증강과 미국에 대한 핵미사일 개발을 역설한 상황에서 대화만 강조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서울 황학동 시장에 위치한 한 가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문 대통령은 3월 실시될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선 “남북 간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게 합의돼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배상 판결,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에 따른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한 외교적 해법도 강조했다. 특히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주형·박수찬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