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친문에 러브콜…"문 대통령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차기 대권 경쟁자 이낙연 '사면론' 등으로 운신의 폭 좁아져 / 이 지사, 문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전면 대응 /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시작된 친문 지지층과 갈등의 골 치유하기 위한 행보인 듯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친문(친문재인) 진영에 러브콜을 보내며 '친문' 행보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차기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론'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사이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전면 대응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시작된 친문 지지층과 갈등의 골을 치유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 등에 즉각 공감을 표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한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포용적 회복과 미래 대비를 강조하신 대통령님의 신년사는 2021년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방향이기에 1380만 민의를 대표하는 경기도가 이를 힘차게 구현할 것"이라며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씀에도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엔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감성을 담은 지지의 글을 남겼다.

 

이 지사의 이같은 반응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나서 1~2시간 이내에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그간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같은 반응이 여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19일) "문재인 대통령도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발언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이라며 "공작을 일삼는 자는 공작할 일들만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처럼 문 대통령을 감싸며 친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비주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반(反)문재인 연대설이 거론되면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TV토론 때 질문에 답변하려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이 지사가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몰아세운 영상은 친문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지자체 차원의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면서 이 지사의 행보가 조금씩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지원사격 속에 이 지사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전 도민에 10만원씩 지급'을 발표했다.

 

다만, 민주당 내 반발 기류를 감안해 구체적인 지급 시기 발표는 보류했다. 보편지원에 대한 입장을 굳히지 않으면서도 당 지도부와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내에선 이 지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여전하다. 지난 6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 "매번 정부정책에 반하는 일만 한다"며 이 지사 출당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5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게 대표적인 경우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지사가) 큰 사고 없이 높은 여론 지지를 받는 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로 보인다"며 "친문 진영과 융합도 중요하지만 결국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게 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