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호감 K푸드 1위로 소주가 선정됐다. 국가 브랜드가 계속 올라가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외국인은 한국의 소주에 등을 돌렸을까? 실은 나조차도 소주는 늘 불편하다. 소주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강압적이었다. 소주는 잔에 따르면 무조건 한 번에 다 마셔야 했다. 반만 마셔도 꺾어 마신다고 욕을 해댄다. 그래서 회사 상사나 선배와의 소주 자리는 무조건 도망을 다녔다. 기분 좋게 마셔야 하는 술이 곤욕의 술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술은 나쁜 것이라고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소주는 맛도 너무 획일적이다. 소주를 고르는 재미가 없다. 맛이 같은 주정을 주원료로 쓰기 때문이다. 주정의 원료는 농산물이다. 타피오카로 만들기도 하지만, 쌀, 감자, 고구마, 보리, 밀가루 등 다양한 잉여 농산물이 주요 원료다. 그러다 보니 맛과 향이 다양한데도, 이 주정은 향과 맛을 빼는 과정을 거친다. 모든 주정 맛이 같아야 정형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결과물인 빠르고, 싸고, 효율적으로 생산된 ‘무맛 소주’가 지금 대세인 시대가 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세금 체계. 세금 체계를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꿔야 한다. 일부에서는 소주에 종량세를 부과하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지적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지금의 소주(녹색병 소주)는 현행 제도(종가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안동소주 등 증류식 소주에만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러한 고급 소주의 가격은 내려가고, 소비자가 그들을 찾으면서 다양한 고급 소주도 나올 수 있게 된다. 한국 소주 시장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 학과 겸임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