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코로나 백신 접종 지연에 도쿄올림픽 또 난항”

日각료 중에서도 ‘회의론’ 나와… 정부는 공식 부인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은 2020년은 물론 2021년에도 결국 열지 못하게 될까.’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올해 개최 역시 위태로운 처지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게 결정적 이유다.

 

일본은 지난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도쿄올림픽 개최를 넉달 앞둔 지난해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를 거쳐 대회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제안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고뇌 끝에 받아들인 결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년 연기를 결정할 때의 기대와 달리 1년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백신 접종 지연이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등장하자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또 다시 기로에 섰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현재 대회 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백신 접종 문제다.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중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대회 시작일인 7월 23일 이전에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 일본인의 약 3분의 1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WSJ에 따르면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라고 해서 남보다 백신을 서둘러 접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젊고 건강한 선수보다 고위험군에 먼저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른 접종 기준이 50개 주(州)마다 제각각이어서 미 올림픽위원회도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국가대표 선수 훈련소가 폐쇄됐다가 다시 문을 열기를 되풀이하고 전지훈련도 예년보다 크게 축소되는 등 훈련 환경이 나쁘다.

올림픽 개최 자체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일본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마주한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는 한때 미국, 유럽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졌던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일본 내각의 각료 중에서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회의론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지난 14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올림픽)은 (개최와 무산)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 대변인에 해당하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대회 불발 가능성에 대해 “장소와 일정이 결정돼 관계자들이 감염 대책을 포함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며 개최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WSJ가 보도한 대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집행돼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는 올림픽·패럴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 개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에 차츰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