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한다.”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재계의 평가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회장에 오른 뒤 대외 행보보다는 LG의 시너지와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구조 전환에 몰두했다. 특히 이런 그의 행보는 20일 발표된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구조조정으로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LG의 체질 변화 과정에서 LG전자 MC사업본부 구조조정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과거 LG전자의 주력 사업의 한 축이었고 나름의 상징성을 지닌 스마트폰 사업이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전략모델을 구축한다는 LG만의 생존방식이 본격화하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도 LG의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공식 직함은 회장이 아니라 그룹 지주사 ㈜LG의 ‘대표’다. 과거처럼 총수가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게 아니고, 각 계열사가 회사 상황에 맞게 최고경영자 위주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LG전자의 이번 MC사업본부 구조조정 결정도 구 회장의 의중보다는 회사 자체의 판단이 우선이었다는 전언이다.
MC사업본부 인수후보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최대 기업 빈 그룹과 독일의 완성차 회사 폴크스바겐 등을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우선 빈 그룹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시가총액 165억달러로 베트남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14%를 차지하는 거대기업이다. 또 베트남 내에서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에 뒤를 이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다. 또 빈 그룹은 이미 3년 전부터 LG전자와 ODM(제조자개발방식) 사업을 하면서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해 왔다.
빈 그룹이 인수에 나설 경우 LG는 미국 MC사업부문을 분할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 스마트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북미 모바일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훨씬 높아 매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침 빈 그룹은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벤츠와 BMW 등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자율차 기술 등 전장 사업이 취약해 MC사업본부 인수를 통해 스마트카 기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MC사업본부 매각설이 돌 때마다 이름이 나왔던 MS나 구글의 인수 가능성도 있다. MS는 듀얼스크린폰, 구글은 픽셀폰을 만들어 팔고 있다.
나기천·김건호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