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거품 속에 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보기 싫은 것들을 무시한다. 그렇게 거품 속에서 안온한 삶을 누린다. 문제는 거품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은 거품과 함께 산산이 조각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거품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우리 시야에 포착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수많은 생명을 보지 못한다. 사람벼룩처럼 인간에게 쓸모없다는 이유로 박멸의 대상이 되거나. 미생물과 박테리아는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이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를 만들고 먹는 식량을 키운다. 또 우리의 면역 체계와 생명 활동 전반을 책임지기도 한다.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식량과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책 ‘리얼리티 버블’은 인류의 육식 위주 생산이 식량 고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먹을 가축을 먹이기 위해 너무 많은 식량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사료를 대느라 해양 자원마저 가져다 쓰고 있다. 75억명의 세계 인구는 매년 1.2%씩 늘어나는 중이지만, 가축은 그 두 배인 2.4%씩 매년 증가하고 있다. 21세기 중반, 이런 추세로 인구가 100억명에 이르면 우리는 4억t의 가축을 부양해야 한다.
쓰레기 재앙은 어느 정도 실상이 드러나는 중이지만 아직도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20세기 초 발명된 플라스틱은 지금껏 80억t가량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가운데 60억t은 쓰레기로 버려졌다.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40% 가까이 더 늘 전망이다. 매년 500만t에서 1300만t에 이르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품을 걷고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는 온전히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캐나다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저자 지야 통은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경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법을 배웠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며 과학의 눈으로 본 우리 세계의 진실을 다뤘다. 봐야 할 것을 가리는 거품을 제거하지 않으면 세계가 처한 위험에 대처할 수 없다. 거품 속 현실이 우리의 세계를 끝장내기 전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통은 이 책을 통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