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반도체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차량 생산 차질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22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반도체 기업 등이 참여해 최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대안을 논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았다”며 “해외 업체들이 국내 파운드리를 이용하도록 주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기업과 정부는 반도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M은 대만 정부에 반도체 기업 TSMC의 재고 확보를 요청하고, 부품 공급사에도 차량용 반도체 1년치 재고 확보를 지시했다. 미국 자동차 정책위원회도 상무부에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요청했다.
국내는 아직 공장이 멈추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1∼2개월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GM은 이보다 재고량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1차 공급사를 통해 안정적인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 1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200∼300개가량이다. 각종 주행보조 기능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첨단화하면서 필요 반도체도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도 10%가량 올랐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간에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고 해도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반도체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차량 제조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