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핵심 증거인 이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어제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경찰 주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경찰은 폭행 당일인 지난해 11월6일 택시기사 A씨로부터 블랙박스 저장장치인 SD카드를 받아 확인한 후 “저장장치에 저장된 영상이 없다”며 되돌려줬고, A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는 A씨가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30초짜리 폭행 영상을 복원했고 11월11일 경찰에 영상을 보여준 뒤 이 차관과 합의하고 나서 동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영상을 본 경찰관은 A씨에게 “차가 멈춰 있다. 영상은 못 본 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증거 조작이다. ‘힘있는 자’에게 봐주기식 수사를 했던 권위주의 시대 경찰의 악습이 여전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뒤늦게 서울경찰청은 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의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사와 감찰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지만 공신력은 추락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