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을 입법화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 선진국의 2배 수준이어서 정부 재정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식과 필요한 재원 규모 등을 따져보며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앞서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에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 검토를 공식 지시하자 이튿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가능한 한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큰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G7(주요 7개국) 평균인 13.7%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G7 국가의 GDP는 우리나라의 3배를 넘는다. 자영업자 비중이 9.9%인 독일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정부가 임대료·인건비를 최대 90%까지 지급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부담스럽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상 근거 조항만 법에 규정하고 재난 상황에 따라 정부가 세부 방안을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재정 부담과 상황 대처를 위한 유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상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일어났을 때 피해에 비례해 지원한다는 원칙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실제 적용 범위나 금액 등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까지 법으로 못 박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원에 대한 기준을 일정 부분 규정하는 방향은 맞지만 큰 부분에 대해서만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집행 범위나 업종 등은 정부 지침으로 만드는 게 적절하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도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할 때 더욱 신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 극복을 위해 추진되는 ‘이익공유제’는 자발적인 기부와 정부 운용기금 중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민주당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는 기금의 재원을 정부가 일부 출연하되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기금 조성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부 출연분으로는 쌓여 있는 여유 기금이나 공적자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TF는 현재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67개 기금 중 약 219조원(2019년 결산 기준)의 여유 자금을 일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부담금이나 한국은행이 보유한 잉여금 등도 재원으로 일부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세제 혜택이 유력하다.
세종=우상규 기자, 송민섭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