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들고 나온 ‘이익공유제’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민주당은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사실상 기업 ‘팔 비틀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며 이익공유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후 민주당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에서 이익공유제가 논의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대상들을 돕는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게 하자”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부각된 IT업계와 금융사들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당 지도부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라이엇게임즈 등 4개 플랫폼 기업이 만나는 간담회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거절 의사를 밝혀 불발됐다. 기업들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가 간담회 의제로 다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신 민주당은 다음날인 22일 IT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협회·단체들과 화상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지난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은 금융업”이라고 말하면서 금융권도 이익공유제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출 수요가 늘었고, 금융지주사 자회사인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면서 금융사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위헌 소지 있다” 산업계 반발… 야당도 우려
재계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자발적 동참이라지만 강제성이 다분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최근 ‘이익공유제에 대한 KIAF 건의문’을 채택했다. KIAF는 “상생 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상생방안 모색과 이익공유제 도입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피해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이를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며 제도 자체의 위헌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 자료를 통해 “이익공유제 논의로 인해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를 자발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강제하는 순간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말 자발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책위 산하 ‘정부정책 감시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날 이익공유제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특위 위원장인 이영 의원은 “벼랑 끝에 몰려 고통받고 있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손실 보상은 필요하지만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의 주머니를 털어 생색내겠다는 집권 여당의 발상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