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재정난에 무너진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흡수해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1년의 역사에서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기에 구단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SK 와이번스는 역사 뒤로 사라지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26일 SK 와이번스를 1352억8000만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분 인수금액은 1000억원이며, 훈련장 등 자산 인수금액이 352억8000만원이다. 1995년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했던 역대 구단 최고 인수액 450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그래도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 참여로 프로야구에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신세계그룹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야구팬이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야구장을 신세계의 고객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한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켜 야구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도 추진한다. 상품 개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식품과 생활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상품(굿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명문 SK 와이번스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인천 야구,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성장 비전을 마련하고 로드맵에 맞춰 차질 없이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마케팅에도 새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자 고객과의 접점으로 야구장을 선택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유통 경쟁기업인 롯데와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삼성과는 집안 대결이 되는 등 흥행 요소도 만들어졌다. 다만 이마트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해 수익성 낮은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장기 투자가 필수인 프로야구 구단 운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송용준·백소용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