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군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인사제도 개선안을 내린 가운데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차별이라며 성실히 살아온 청년의 마음을 찢는 기재부의 행태는 용인될 수 없다”며 “기재부는 청년들의 분노에 사과해야 할 것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위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기재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군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인사제도 개선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지침이 반영된 곳은 36개 공기업, 95개 준정부 기관, 209개 기타 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이다. 기재부의 이번 조치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청년이 원하는 ‘정의와 공정’에 훨씬 못 미치고, 오히려 청년들 분노에 도화선만 붙이는 꼴”이라며 “다수 청년들은 ‘기재부의 탁상행정으로 청춘 장병에 대한 헤아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제기하고 있다. 한편으로 군 장병의 사기를 증진해야 할 국방부는 기재부의 조치에 어떠한 입장조차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보통 취업의 기회를 2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잃어 왔다”며 “늦춰진 2년 간의 취업기회를 승진을 위한 근속연수에 반영하는 것이 과도하고 중복적인 특혜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말장난이자, 청춘의 희생을 ‘군대 간 바보’로 폄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격분했다.
전 의원은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를 보장해달라고 했다. 그는 “청년 군필자를 무조건 우선 채용하라는 식의 특별우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를 위하여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잃게 된 기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를 원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 의원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틀림이 없다”며 “이를 보정하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양성평등을 위한 조치에는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와 합리적인 방향 설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전 의원은 “과거 군 가산점서부터 근속연수 반영 폐지에 이르기까지 ‘병역자원 감소’에 대해서만 징징댈 뿐, ‘국방의무 이행에 대한 예우’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며 “적절한 보상을 추진하든 다른 대안책을 마련하든 궁극적으로 모병제 도입을 고민하든 방향성을 정하려는 노력조차 전혀 없다. 이 나라에 목숨 바쳐 복무 중인 장병 처우 개선에는 왜 아무런 말이 없으신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태가 우리 청년들을 얼마나 실망시키고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뜨리고 있는지 국방부는 진지하게 고민하시기를 바란다”며 “군인의 충만한 기개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국방부로 거듭나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