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열린 토트넘과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경기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 두 팀이 리그 선두 자리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고 승리하는 팀이 시즌 중반 선두 경쟁에서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리버풀이 경기 막판 결승골로 2-1로 승리했다. 물론, 아쉽게 패한 토트넘도 선두 탈환의 기회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는 짧은 시간에도 양상이 휙휙 변한다. 불과 40여 일 만에 토트넘과 리버풀은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리그 선두를 다투던 두 팀이 최근 이어진 부진 속에 나란히 중위권으로 처졌다. 토트넘은 리버풀전 패배를 기점으로 지난 연말 부진이 이어지며 한때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리버풀은 수비진의 줄부상 속에서도 선두를 지켜갔지만 최근 공격진의 골 침묵 속에 리그에서 5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27일 현재 EPL 순위표에서 리버풀은 9승7무3패 승점 34로 5위, 토트넘은 9승6무3패 승점 33으로 6위에 처져있다. 이날 맨체스터시티가 선두에 등극하며 올 시즌 EPL이 역대 최다 신기록인 무려 9개 팀이 1위를 거쳐 갔을 정도로 대혼전이긴 하지만, 두 팀 모두 반전을 만들지 못할 경우 우승은커녕 차기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이내 진입도 장담 못 한다.
관건은 시즌 초반 엄청난 폭발력으로 팀을 선두권으로 이끌었던 손흥민과 해리 케인(28) 콤비가 부진에 빠진 리버풀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다행히 토트넘 부진 기간 골 침묵이 이어졌던 두 선수 모두 최근 리그와 컵 대회 등에서 다시 공격 포인트를 쌓아나가고 있다.
두 선수에게 이 경기는 득점을 놓고 1위 무함마드 살라흐(29)에게 도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재 손흥민과 케인이 나란히 12골로 리그 득점 2위에 올라 13골의 살라흐를 한 골 차로 추격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이들 중 누구라도 골을 터뜨릴 경우 득점 선두 등극과 함께 팀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부진에 빠졌다 하더라도 리버풀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수비진 부상 여파가 시즌 내내 계속되는 가운데 공격진까지 침묵하며 팀이 총체적 부진에 빠졌지만, 지난 맨유와의 FA컵 난타전으로 살라흐가 이끄는 공격라인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득점력 회복세가 이 경기에서도 이어질 경우 토트넘도 안심할 수 없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