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김민희/위즈덤하우스/1만9800원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느리라.” 대여섯 살 때 집에서 말썽피우지 말라고 보낸 서당의 첫 수업에서 훈장의 ‘천자문’ 설명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이자 교육자, 행정가, 문화기획자 등으로 우리 사회를 전방위로 넘나든 이어령 박사의 첫 물음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왜 하늘이 검나요? 제가 보기엔 파란데요?”
할 말을 잃은 훈장은 답변 대신 호통을 쳤고, 그는 그길로 서당에서 쫓겨났다. ‘파랗게 보이는 하늘을 왜 검다고 하는 걸까’라는 물음표는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가 40대가 돼서야 풀렸다. 주역과 음양오행 사상을 통해 ‘흑(黑)’자가 물리적인 검은색이라면, ‘현(玄)’은 추상적인 검은색이라는 걸 알게 됐다.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김용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