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출생신고 못한 미혼부의 아이 6개월간 돌본 김혜리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인터뷰 화제 / 김혜리 “여건이 허락된다면 누구도 할 수 있는 일” / 나경원 “김혜리 님 선행의 가치 시정에 담겠다… 돌봄 품앗이도 확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김혜리(사진)씨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30일 김지환 아빠의품(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7년 전 김혜리씨가 일면식도 없었던 김 대표의 육아를 남몰래 도운 사연이 전해졌다.

 

미혼부인 김 대표는 현행법상 딸의 출생신고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母)가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김 대표는 법률 구조공단을 오가며 1인 시위와 재판까지 진행해야 했다. 그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아기 띠 한 채로 청소하고, 유모차 끌고 택배 일 하며 아이를 돌봤다.

 

그런 그의 1인 시위 모습을 본 김씨는 김 대표에게 연락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딸을 돌봐 주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시간 동안 근처 식당에서 설거지했다”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저 또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 보조로 일하고 여행사 운전기사로 ‘투잡’을 뛰었다”고 했다.

 

김씨는 약 6개월간 김 대표의 아이를 오전부터 낮까지 돌봤다.

 

그의 과거 선행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정말 일면식도 없는 남의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 “김혜리씨 천사인가 보다”, “아동학대 기사로 화만 났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일도 있었군요. 김혜리씨 감사합니다” 등 찬사를 보냈다.

 

 

이에 김혜리 소속사 앤유앤에이컴퍼니는 “김 대표의 인터뷰로 7년 전 일이 갑작스럽게 공개돼 김혜리도 아주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속사는 “워낙 아이들과 유기 동물에 관심이 많아 관련해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면서 “선행이 알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 다들 함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와 우리 사랑이 아버님과 사랑이와의 인연은 저뿐만 아니라 조금 여유만 있었다면 여건이 허락된다면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와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사랑 아버님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지키려고 애쓰시는 사랑 아버님의 모습은 가끔은 힘들다고 투정 부리며 현실을 회피하고 싶던 제게 반성과 용기를 줬다”고도 했다.

 

김씨는 1988년 미스코리아 선에 선발된 후 연기자로 데뷔, 드라마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장미의 전쟁’, ‘어머님은 내 며느리’ 등에 출연했다.

 

한편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후보로 나서는 나경원 전 의원은 김씨의 선행을 듣고 페이스북에 “전혀 일면식도 없는 김혜리 님이 미혼부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해 아이를 돌봐줬다는 이야기도 그저 아름다운 선행 이야기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면서 “자녀 돌봄 품앗이 제도를 확대하고, 김지환 님과 같은 미혼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드리는 복지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적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