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정치적 재기를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시작 1주일가량을 남겨 놓은 시점에 그의 변호인단 5명이 30일(현지시간) 무더기로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가 변호인단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면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트럼프 측은 이날 변호인단을 새로 인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앞두고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자신을 방어해줄 변호사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활동하는 부치 바워즈 변호사를 단장으로 5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변호인단에 지난 대선에서 투·개표 조작으로 승리를 탈취당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라고 요구함에 따라 변호 전략에 대한 의견 차이 등으로 바워즈 변호사 등이 떠났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는 또한 바워즈 변호사에게 주요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해 자신을 대변해달라고 했으나 바워즈가 변호사로 선임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탄핵심판으로 인해 국정 주요 과제 추진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경제난 완화를 위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원의 탄핵심판으로 이 법안이 의회에서 표류할 수 있다는 게 백악관의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민주당 지도부에 탄핵심판을 조기에 종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미 의회에 일임하고, 자신은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려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열흘 동안 행정명령과 지침 45개에 서명하는 등 속전속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NYT는 바이든 정부가 통상 취임 100일 이내에 할 일을 10일 안에 끝내려 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그렇지만 의회 입법보다 효력에 한계가 있는 행정명령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상원이 2월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이번 주부터 바이든 정부가 국정 과제 추진의 완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정부 정책 뒤집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자신이 내세운 ‘통합 정치’가 조기에 실종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화합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왼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초반에 전임 정부 정책을 뒤집으려고 너무 많은 새 정책을 쏟아내면 국정의 초점을 잃을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