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최종 종착역이 될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 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는 모두 14명이다. 이들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은 기소된 혐의가 많고 쟁점이 복잡해 아직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임 부장판사 등 나머지 10명 중 6명은 1심에서 무죄(3명은 2심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4명은 최근 1심 변론이 종결돼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공은 헌재로 넘어간다.
이와 관련해 임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가 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점과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헌재 판단의 변수로 꼽힌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일부 판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그의 행동을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자가 재판부 업무에 관해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고,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들어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판사 생활 30년째를 맞은 임 부장판사는 10년마다 돌아오는 연임 심사 대상이었지만 연임 신청을 포기해 3월부터는 판사 신분이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헌재가 임 부장판사 퇴임 이후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헌재는 지금까지 전직 공무원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한 전례가 없다. 탄핵은 공무원직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절차여서 헌재가 전직 공무원에게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임 부장판사 탄핵안을 ‘각하’할 것으로 점치는 의견도 있다.
임 부장판사가 앞서 ‘탄핵소추 사유로 든 위헌적 행위 부분은 1심 판결에 불과하고, 2월28일 임기 만료로 자동 퇴직하게 돼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각하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