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추위에 벗겨진 옷과 1m 간격의 시신… 청양 모녀 의문의 죽음

경찰, 사망 경위·사인조차 추정 못해
타살 혹은 자살의 흔적도 전혀 없어
유일한 단서… 새벽 집 나선 시각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지난 31일 충남 청양 읍내 하천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모녀의 사인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1일 청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25분쯤 청양군 청양읍 지천생태공원 주변 하천에서 40대 여성과 그의 딸(13)의 시신이 발견됐다. 공원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청양읍내 거주자들로, 추위가 한창인 이날 새벽 가족과 휴대폰을 놔둔채 어둠속에 집을 나선 모녀였다. 

 

공원을 지나던 주민이 12시간여만에 발견한 이들은 옷을 모두 벗고 1m가량 떨어져 웅크린채 숨져있었다.

 

경찰의 검시 결과 시신 2구 모두 알몸 상태였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외상이나 저항 흔적 등은 없었다.

 

시신 근처에서 발견한 모녀의 옷도 찢어지거나 흙이 묻은 흔적이 없었고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자살로 추정할 만한 유서나 주변 정황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유가족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특별한 사망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따라 시신 발견 이틀이 지나도록 사망 경위는 물론 사인조차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병 등으로 자연사한 변사체가 아니라면 흔히 나타나는 타살 혹은 자살의 흔적이 전혀 없어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목을 맨 흔적이나 독극물을 섭취할 경우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다른 경우의 수인 사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시신이 발견된 지천생태공원은 청양 읍내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주민 휴식 공간이다. 공원은 대치천과 지천 합류 지점에 있고 사람이 붐비는 한낮에는 쉽게 눈에 띄는 곳이다. 이날 낮에는 날씨가 포근해 산책 나온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았다고 한다. 대낮에 사고를 만났다면 주민들에게 발견되기 쉬웠고, 사망에 이르기 전에 얼마든지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다.

청양 지천생태공원 안내도. 충남도 제공

하천 수위가 1m 안팍에 그쳐 물에 빠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들이 발견된 곳은 하천 둑에서 7~8m 떨어진 퇴적토와 시냇물 사이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새벽에 집을 나가 옷을 벗고 있었고, 어떤 이유로 사망에 이르렀을까.

 

경찰이 현재까지 찾아낸 단서는 이들이 이날 새벽 2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는 것뿐이다. 남편의 진술과 집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한 유일한 동선이다. 지천생태공원 시신 발견 지점에는 산책로를 비추는 CC-TV가 없다고 한다.

 

경찰은 이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이들이 이날 새벽 집을 나선 다음 날이 밝기전에 모종의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시신 발견지점은 이들의 집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다.

 

갑작스런 사망 원인으로 꼽고있는 것은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증은 갑작스런 열손실로 인체의 중심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난다. 호흡곤란과 감각이 느려지는 증세를 보이다 28도 이하로 더 떨어지면 부정맥과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영하의 날씨였던 이날 새벽 모녀에게 충분히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체온증이 나타났다면 추위를 피해 충분히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집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추위에 시달렸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데 반대로 스스로 옷을 벗은 이유는 설명이 안되는 대목이다. 저체온증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몸에서 열이 난다고 하지만 두사람에게서 동일한 신체적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는 확률적으로 쉽지않다.

 

여기에 꼭두새벽에 두사람이 집을 나선 이유도 오리무중이어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찰은 일단 부검을 통해 사인과 사망 싯점을 확정하고 의문을 풀어간다는 계획이다. 1일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청양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추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