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출범한 미국의 신생 우주군이 해군 대신 공군의 직제를 따르기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공상과학(SF)영화를 보면 우주선은 ‘선장’ 또는 ‘함장’으로 불리는 우두머리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해군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나 미 우주군 자체가 공군을 모체로 탄생한 점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신생 우주군은 최근 장병들의 계급 체계를 확정, 공표했다. 소위를 ‘세컨드 루테넌트’(Second Lieutenant), 대령을 ‘커널’(Colonel), 그리고 장군을 ‘제너럴’(General)이라고 각각 호칭한다는 점에서 현 공군의 계급 체계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고로 해군은 소위를 ‘엔사인’(Ensign), 대령을 ‘캡틴’(Captain), 그리고 장성급 장교인 제독을 ‘애드머럴’(Admiral)이라고 부른다.
2019년 12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우주군은 기존 공군 우주사령부를 모체로 한다. 자연히 현 우주군 장병 대다수는 공군 출신이 소속을 바꾸는 형태로 충원됐다. 애초 공군의 일부였던 만큼 공군 조직문화에 더 익숙한 점이 공군 계급 체계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주군은 계급 명칭은 물론 계급장도 조만간 자체 문양을 확정할 때까지 공군 것을 쓰기고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우주군이 창설될 당시만 해도 공군이 아닌 해군 계급 체계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이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스타쉽 트루퍼스’처럼 우주 공간을 무대로 한 SF영화를 보면 우주군이 이용하는 비행체는 바다 위를 달리는 해군 항공모함을 연상케 한다. 우주군을 태운 대형 우주선 연합체는 ‘함대’, 우주선의 지휘관은 ‘선장’ 또는 ‘함장’으로 불린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우주군이 장차 해군의 계급 체계를 차용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였다.
다만 현재 미 우주군의 핵심 무기 체계는 우주선이 아니고 우주 공간의 군사용 인공위성, 그리고 적국 인공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다. SF영화 속의 함대와 같은 초대형 우주 비행체가 소형 전투기와 군인들을 싣고 다니며 우주 공간에서 적과 싸우는 형태의 우주군은 먼 훗날에나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