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재정당국 반발에도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4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통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정부 재정을 통해서 덜어드려야 한다’는 이 대표의 연설과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본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엔 ‘홍두사미’ 오명 벗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의 맞춤형, 전국민 지원 병행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들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이 될까 (걱정한 것)”이라며 “제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드린 말씀은 많이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 맞춤형, 전국민 병행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고,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가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여당에서 사퇴 요구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맞받아친 것으로도 읽힌다.
홍 부총리가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홍 부총리가 ‘울먹였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기재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자영업 손실보상금, 재난지원금 맞춤형 지원 방식만도 지원 대상과 규모, 형평성 문제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아 실제 지급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향후 방역 상황, 피해 상황, 경기 상황, 재원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국민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형식으로 “기재부를 향한 어떠한 부당한 비판도 최일선에서 장관이 막을 것”이라며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홍 부총리가 4차 재난지원금 지원 결정 과정에서 직을 걸고 재정당국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당정 협의 과정에서 번번이 입장을 철회하거나 후퇴해 온 홍 부총리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그동안 경제정책 수장에 대해 여권에서 수시로 사퇴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홍 부총리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이번에는 배수진을 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민순·이도형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