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결제 정보, 정부가 알게 되나… 전금법 ‘빅브라더’ 논란

40대 남성 A씨는 네이버에서 물건을 사며 쌓은 포인트를 이용해 웹툰을 즐겨 본다. 이 같은 빅테크 업체의 포인트 결제 정보를 앞으로는 정부가 알게 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빅브라더’ 이슈에 휩싸였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4일 국회 통과를 앞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한 현행 법률을 무력화하고, 정부가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게 돼, 빅브라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 내 전자지급거래의 청산집중 의무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5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하는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개정안 제36조9에 따르면, 일정한 전자금융업자에 대하여 외부에서 청산할 의무를 부여하는데, 이러한 의무청산대상인 전자지급거래에는 ‘지급인과 수취인의 거래상대방이 같은 전자금융업자인 전자금융거래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빅테크 내부에 적립된 고객 포인트(현금 상당)나 빅테크 내부 자금으로 고객과 전자지급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이를 외부의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보내어 청산할 ‘의무’를 부여한다.

 

쉽게 말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자신의 포인트로 어떤 유료 재화를 소비했는지를 정부가 감독하는 기관을 통해 수집하겠다는 의미다.

 

특이 이 법은 빅테크의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제공할 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32조(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대한 동의) 및 33조(개인신용정보 이용의 제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의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정보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든 데이터 3법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는 빅테크에서 행해지는 전자지급거래 관련 개인정보가 관련법들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무제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빅브라더 논란 소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나온 용어로 사회 곳곳을 들여다보고 통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금융결제원은 이같이 모인 빅데이터 중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성명 등의 식별 정보를 제외하고, 핀테크·창업기업, 상거래기업 등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서비스 창출 등 산업 활성화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 같은 정보의 영리 목적 활용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양 교수는 발표문에서 “빅테크 ‘내부’ 거래마저 외부 기구에서 청산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고, 한국 상황에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강행되면 빅브라더 이슈, 사이버 보안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개정 방향에서 이를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빅테크간 내부거래를 통해 부정행위가 있을 수 있는만큼 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 토스 등이 하루에 1400만건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분식회계 등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은 국가전산망의 일환으로 보안통제를 엄격히 받는 기관”이라면서 “이걸 빅브라더라고 하면, 정보를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기관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엄형준·김준영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