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를 통과한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이달 28일 퇴임하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가 ‘각하’ 처분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일부에선 헌재가 ‘기각’ 조항을 폭넓게 보아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각은 통상 사안에 관한 판단이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각하와 다르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가 이뤄지자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정치 싸움에 휘말렸다는 개탄과 함께 탄핵소추를 신뢰 회복을 위한 진통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노무현정부 때 대법원장 몫으로 임명된 김종대(73·〃 7기) 전 헌법재판관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헌재로 간다면) 각하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가 법원을 떠나게 되면 파면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각하 가능성이 높은데도 탄핵을 밀어붙이는 여당이나 대법원장에게 탄핵 관련 견해를 밝히라고 하는 야당이나 모두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을 아끼면서도 “그동안 법원 내부에서 국익을 명목으로 이뤄진 ‘조율 관행’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각하가 아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출신인 이명웅(62·〃 21기) 변호사는 “인력이나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등으로 2월 내 결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각하 가능성이 높지만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를 헌법재판소법 53조 2항의 ‘파면’으로 유추해석해 실체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조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 심판청구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만약 이번과 달리 임기 만료까지 3∼4달쯤 남았는데 증거나 증인이 많다는 등 여건 탓에 임기가 끝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며 “그럴 때마다 각하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파면 결정은 불가능하더라도 실체판단은 하도록 해당 조항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헌재법은 심판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일부에선 헌재가 사건을 각하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헌법적 판단을 덧붙일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헌재는 2019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도 “정치적 합의에 불과해 위안부 피해자의 대일 배상청구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정문에 적었다.
일단 헌재 심판대에 이번 사건이 올라간다면 쟁점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재는 “탄핵이 인용되려면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 대해 지난해 1심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일단 ‘중대한 법 위반’은 없었다고 본 셈이다. 다만 재판부가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한 대목이 변수다. 헌법 65조 1항은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조건으로 들고 있다. 당시 법조계에선 “법관 탄핵의 ‘명분’을 남겨놓은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