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윤 유임… ‘추미애 시즌2’에 그친 박범계 검찰 인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어제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각종 정권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유임됐다. 지난 5일 박범계 법무장관과 두 번째 회동을 가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지검장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직무정지 사태 때 윤 총장 징계를 주장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던 대검 간부 등 소위 추미애 전 법무장관 라인 인사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척도가 되는 인사 기조는 추 전 장관과 다를 바 없다. ‘추미애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12월 윤 총장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 사태를 두고 서울지검 차장검사 4명 전원과 공보관까지 이 지검장을 찾아 사퇴를 요구한 이후 이 지검장은 사실상 ‘식물 지검장’ 상태다. 앞서 중앙지검 부장 검사들과 평검사 전원 역시 이 지검장을 겨냥해 “그간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성명을 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윤 총장은 ”이미 내부 지휘권을 상실했다”고 강조했지만, 박 장관은 다시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내 편’은 끝까지 보호하면서 윤 총장 고립은 더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많다. 박 장관이 윤 총장과 두 차례 인사 회동한 건 결국 ‘모양갖추기’에 불과했던 것 아닌가.



작년 추 전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절차를 주도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마찬가지로 윤 총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제출했던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에 중용됐다. 윤 총장 징계 청구에 적극 가담한 인사들이 요직을 맞바꾼 것이다. 심 국장은 이 남부지검장에 이어서 ‘라임 사건’ ‘KBS오보 사건’ 등을 지휘하게 된다. 앞으로도 현 정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권력비리 수사는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총장은 이번에도 간부 인사 발표 여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법무부로부터 인사안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 34조에는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추 전 장관도 지난해 1월 첫 검찰인사에 이어 수차례 인사에서 대검에 인사 관련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인사 결과는 물론 절차도 하자투성이다. 이런 편향적인 인사를 하고도 공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