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에서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장사를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 A씨의 식당은 저녁에 손님이 많았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오후 9시 영업 제한 조치로 저녁 장사를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끊긴 지 오래다. A씨는 “일주일에 나흘은 손님이 아예 없다”며 “영업시간이 10시까지로만 늘어도 좋겠다”고 토로했다. 오후 9시와 10시는 ‘1시간’ 차이지만, 주로 저녁 장사를 하는 A씨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A씨는 “오후 9시까지 장사한다고 감염이 안 되고 10시까지 장사한다고 감염되는 것도 아닌데,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영업시간이 연장된 비수도권이 부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요구해 온 영업시간 연장이 비수도권에 한해 허용되면서 지역 간 표정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통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부 방역대책이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녁시간에 사람이 몰리는 식당과 PC방, 코인노래방 등의 업주들은 영업시간 연장이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 관계자는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오후 7시30분쯤부터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수도권은 임대료 같은 고정비가 비싼데 영업시간을 통제하면 자영업자들은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도 “매출 대부분이 저녁시간에 나온다”며 “지금과 같은 영업 제한이 이어지면 장사를 접는 것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영업자는 “비수도권의 스키장 같은 밀집시설은 풀어주면서 수도권의 식당은 오후 9시에 닫으라는 게 무슨 논리냐”며 “이렇게 옥죌 거면 방역대책을 내놓을 때 자영업자 생계대책도 같이 내놔 달라”고 호소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의 방역대책이 ‘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수원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 방역이 형평성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건 물론 금전적 피해도 극심하다”며 “차라리 영업을 허용하면서 현장의 단속을 강화하는 식으로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맞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 식당 업주는 “같은 업종 간에도 방역 수준과 위험 요인이 모두 다른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업종이나 지역으로 구분해 통제하려 한다”며 “강력하고 세밀한 방역지침을 내놓고 지키게 하는 편이 방역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방역기준 조정 협의기구’를 통한 방역기준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지난 1년여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역지침을 만들자는 취지다. 비대위 측은 “정부에 협의기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당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은 지난 1년간 쌓아온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방역과 경제의 문제가 아닌, 방역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