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공연은 국립무용단이 11∼13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펼치는 ‘새날’ 공연이다. 국립무용단이 자랑하는 레퍼토리와 신작을 합쳐 총 7개 소품을 선보인다. 시작은 의식무 ‘액막이’. 정월 초하루에 지내는 의례의 형식을 차용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세시풍속을 춤으로 표현한다. 묵은해 액운을 멀리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한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액막이굿이다. 역병을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의식무이기도 하다. 왕무당의 독무부터 화려한 군무까지 신비로운 음악이 어우러져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태’ 등 3편의 춤은 전통 악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해 우리 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공연 후반부는 한국인의 흥 넘치는 놀이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소고의 명쾌한 겹가락에 힘찬 안무가 더해진 ‘평채소고춤’(안무 정관영), 풍류를 아는 선비들이 고고한 자태와 품위를 마음껏 뽐내는 ‘한량’(안무 황용천)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남성 춤으로 선비의 의연한 기품과 내면의 자유로움을 담고 있다. 절제된 춤사위로 정중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선비의 고고한 자태와 품위를 바탕으로 인생무상을 풀어내는 ‘한량’은 무대 위에서 푸른 소나무의 변하지 않는 강직함을 형상화한다. 거문고의 깊은 선율에 대금·아쟁 등의 악기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명절 연휴에 빠질 수 없는 게 고궁, 박물관 나들이다. 가족이 편하고, 저렴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맞기 위한 갖가지 공연, 놀이, 체험 등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하지만 모임을 피해야 하는 이번 설 연휴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신 각 기관은 설 연휴에 맞춰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준비했다.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요즘, 알찬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한 한 방편으로 활용해 보자.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K-ASMR’의 하나로 설날 당일인 12일 메밀에 얽힌 우리 전통문화를 다룬 ‘메밀꽃 필 무렵’을 문화유산채널 누리집, 유튜브에서 공개한다.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서 메밀국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정선아리랑(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남기 예능보유자의 소리, 메밀꽃이 흐드러진 풍경, 마을 공동체 정신도 흠뻑 느낄 수 있다.
문화재청은 ‘메밀꽃 필 무렵’ 외 문화유산 K-ASMR 콘텐츠를 매월 선보일 예정이다. ‘제다, 차 만들기’(3월 5일), ‘옹기장’(4월 2일), ‘장 담그기’(5월 7일), ‘나전장’(6월 4일)을 매월 공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설날 세시 풍속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전문가 대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또 전통 민속공연을 박물관 유튜브와 영상채널을 통해 보여준다. 11일에는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와 신명나는 경기남부 광명농악의 판굿을 볼 수 있는 ‘설맞이 광명농악 판굿’을 즐길 수 있다. 12일에는 우리 민요와 소리를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공연인 ‘절대가인의 설 흥겨운 歌(가)’를 선보인다.
박성준·강구열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