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카카오 창업자의 기부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 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라.” 티베트 불교의 고승 틱낫한의 말이다. 법문은 이어진다. “구름이 없으면 비가 없고, 비가 없으면 나무도 자라지 못한다.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다. 구름은 종이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다.”

법정 스님은 2004년 10월 그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에 독립된 존재란 없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만물이 그럴진대 인간의 삶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러기에 이렇게 말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왜? 서로 의존하는 존재, 일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기생해야 한다.



나눔. 그것은 서로 연결되어 의존하는 존재에게 연꽃처럼 소중한 미덕이다.

김만덕. 조선 팔도가 칭송한 여인이다. 12살 때 고아가 되어 제주 기생집 몸종으로 살았다. 훗날 객상으로 부를 일군다. 기근이 덮친 제주도. 만덕은 곳간 문을 활짝 열어 꺼져가는 생명들을 구한다. 그 고마움은 조선을 감동시켰다. 정조는 한양으로 불러 상을 내리고, 금강산을 유람시켰다. 영의정 채제공이 쓴 ‘만덕전’은 그의 뜻을 기리는 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그의 이름은 기부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까지 기부한 돈은 350억달러. 약 41조원에 이른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재산을 푼 걸까. “이 세상에는 독립된 존재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런 걸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맨손으로 카카오를 일으켰다. 재산이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발표대로라면 5조원 이상을 내놓는다는 말이다. 4년 전 그는 말했다.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 그런 순수한 마음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우리 사회에도 존경받는 부자 한 사람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친인척에게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증여했다며. ‘재산 사회환원’은 탐욕에 물든 정치인의 쇼로 변한 지 오래다. 십중팔구 식언으로 끝난다. 그래서 김 의장의 말도 의심받는 걸까.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