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때 처음 만난 게 불행의 시작” 이재영·다영 학폭 추가폭로 ‘파문’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글 파장 / 추가 폭로 학폭 피해자 “둘이 잘못했을 때도 부모님께 말해 단체로 혼나는 날 잦았다” / “누군가는 그런 일 받아들일 수 있어서 참아왔던 것이냐”
이다영(왼쪽). 이재영 선수. 연합뉴스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26·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학폭) 관련 추가 폭로가 나왔다.

 

누리꾼 A씨는 지난 1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9년 당시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전주 ○○중학교 배구부에서 함께 뛰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학생 선수로 등록된 본인 인적 사항도 공개했다.

 

A씨는 “사건이 터지고 며칠이 지나 글을 올리면 자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기사들을 보다가 너무 화가 나서 더는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쌍둥이 자매와 처음 만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불행의 시작’임을 감지했다고 했다.

 

그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도 심하게 치고 자기 기분대로만 하는 게 엄청 심했다”면서 “자기 옷은 자기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제일 기본인 빨래도 동료나 후배 할 것 없이 시키기는 마련이고, 틈만 나면 무시하고 욕하고 툭툭 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또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병원을 자주 다녔는데 그가 병원 가는 날에는 항상 본인이 동행했다고 했다.

 

그는 “원래 ‘2인 1조’로 다니는 거라면 저도 병원에 가끔 가는 편이었는데 왜 항상 혼자 갔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어머니도 언급했다.

 

그는 “기숙사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부모님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면서 “그 둘이 잘못했을 때도 부모님께 말을 해 단체로 혼나는 날이 잦았다”라고 했다.

 

A씨는 “더 이상 이 곳에서 같이 생활할 수 없어 1년 반 만에 옆 산을 통해 도망을 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는 단지 배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 운동시간을 빼앗기면서 누군가를 서포트하려고 배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노감을 드러냈다.

 

A씨는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는 소속팀 흥국생명 관계자 말을 언급하며 “징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는데, 왜 그래야 되는 거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참아왔던 것이냐”면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 다른 누군가는 누군가에 의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생각들과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조용히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때의 일들이 하나씩 더 올라오게 될 것”이라며 “아직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라고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그러면서 “너희 전 재산을 다 줘도 피해자들이 받았던 상처는 하나도 안 없어진다”면서 글을 맺었다.

 

 

◆최초 폭로 피해자 “심부름 거절하면 칼로 협박까지”… 논란ing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 관한 최초 학폭 논란은 지난 9일 네이트 판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여러 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학창시절 두 선수가 부모 욕을 하고, 심부름을 거부하면 칼로 협박하는 등의 폭력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뭔가 시켰는데 이를 거절하니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면서 “(피해자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고, 매일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항상 욕하고 부모님을 ‘너네 에미, 애비’라 칭하며 욕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만 탈의실 밖에 둔 채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스케치북에 피해자 욕과 가족 욕을 적어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학부모가 간식 사준다고 하셨는데 (가해자가) 귓속말로 조용히 ‘처먹지 마라. 먹으면 X진다’고 했다”, “운동 끝나면 가해자들의 보호대나 렌즈통 등을 피해자들이 챙겨야 했는데 까먹기라도 하면 ‘지금 찾을 건데 안 나오면 X진다. XXX아’라고 했다. 본인들만 가해자 되기 싫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시켰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그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시합에서 패하자 방에 집합시켜 가혹 행위를 하고 ▲자주 돈을 빼앗고 ▲상습적인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등 21가지 피해사례를 열거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대응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는 현재 합숙소를 떠나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이 출연한 방송 VOD 다시보기 서비스는 삭제됐으며, 자동차 광고 유튜브 영상 역시 서비스 중단됐다.

 

이들 쌍둥이 자매는 지난 10일 각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학교 재학 시절 잘못한 일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재영 선수는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많은 분에게 상처를 드렸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앞으로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다영 선수도 “학창시절 동료들에게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한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피해자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자숙하며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허무하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