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 들어온 사람보다 원래 있다가 나간 사람의 빈자리가 크게 보인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프로야구 구단들이 이 ‘난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자유계약선수(FA)였던 선수를 다른 구단에 빼앗겼거나 기존 선수의 은퇴 등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구단으로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그 답을 찾기에 한창이다.
답이라면 나간 이의 자리를 채워줄 새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각 구단은 이번 캠프에서 유망주들의 성장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다. 대표적인 기대주들이 두산 김민혁(25), LG 이주형(20), 한화 노시환(21), KT 문상철(32) 등이다.
지난 시즌 한화는 김태균의 은퇴에 이어 송광민, 최진행 등의 방출로 베테랑 타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한화의 중심타선 역할을 해줘야 할 이가 노시환이다. 지난해 12홈런으로 팀 내 유일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노시환은 0.220에 불과했던 타율을 좀 더 끌어올리면서 거포 본능까지 살려야 한다는 과제를 받고 훈련에 한창이다.
문상철은 이제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야 할 때다. 어쩌면 올해가 그런 시기가 될 수 있다. 일단 멜 로하스 주니어라는 공격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중심타자가 팀을 떠난 틈이 생겼다. 물론 새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가 왔지만 적응기가 필요하고 로하스의 몫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 차이를 채워줘야 할 대표주자로 문상철이 꼽힌다. 특히 1루수였던 주 포지션 때문에 기회가 많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올해는 좌익수로 변신에 집중하고 있다. 타격 능력만큼은 인정받고 있기에 이제는 알을 깨고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을 기회다.
이들 기대주 가운데 노시환 정도만이 이번 시즌 확실한 주전으로 꼽힐 뿐 여전히 도전자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캠프의 훈련 성과를 시범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들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는 이유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