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매춘부 주장은 학문 자유”… 논란에 기름 부은 하버드대 총장

램지어 교수 옹호 발언 ‘후폭풍’
세계전문가들 비판 대열 동참
이용수 할머니 ‘ICJ 회부’ 요구
日은 언론보도 자제 침묵 일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7일 미국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가 연 온라인 세미나에서 위안부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하버드대 법대 페이스북 캡처,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망언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하버드대 학생들, 미국의 한인과 시민사회에 이어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세계 전문가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하버드대 총장이 “학문의 자유”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고, 일본은 침묵하는 분위기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17일 로렌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이 문제의 논문인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전쟁 당시 성 계약’은 학문의 자유에 포함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 철회 등을 요구한 반크의 항의 이메일에 이같이 답했다. 반크에 따르면 배카우 총장은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며 “논쟁적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는 다른 논문에선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또 다른 역사 왜곡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9년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란 논문에서 간토 대지진을 자경단과 같은 사적 경찰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예로 들며 당시 재일 조선인을 범죄집단처럼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제1479차 수요집회에서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세계 여성주의자들 연대 성명을 공개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내외 연구자와 단체 관계자 1000여명이 성명에 참여했다.

한편 일본 측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요구에 침묵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자민당 외교부회의 ICJ 제소 요구 결의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산케이신문도 이날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 일본 당국자들은 전날 이 할머니 요구에 대해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으로 발언한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논평을 삼가겠다”며 대응을 회피했다.

 

박진영·권구성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jyp@segye.com